
오랜만에 학부모 언니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 이야기가 대화의 중심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병원 이야기, 약 이야기, 간병 이야기가 자연스레 주를 이루게 되었네요. 그러던 중, 교회에 다니는 언니가 전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휑해졌습니다. 지인 한 분이 우울증이 와서 약을 복용하셨다고 해요. 남편도, 딸아이도 지극히 살갑게 챙겨주었고, 덕분에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졌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셨던 그 지인분이,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왜 우울증 약은 그렇게 위험할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 걸까?'..

담석에 대해서 물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거 그냥 안고 사는 거 아냐?" 아마도 이것이 예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와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또 담석을 가지고 사시는 약사님의 "쓸개 빠진 년(여자) 되고 싶지 않아서 고통을 참고 있어". 예를 들어, 스님들이 입적 후 화장을 하면 '사리'라는 돌이 나온다는 이야기 말이죠. 어릴 적 저는 고기나 생선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과일도 귀해서 겨우 수박이나 복숭아, 포도 정도였죠. 대신 농사를 짓는 시골집에서는 야채가 풍부했어요. 제일 좋아하던 건 오이였고, 나이가 들면서 가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도라지는 무심코 보던 식재료였는데, 이렇게 몸에 좋은 줄은 나중에야 알았죠. 그렇게 살아오다 결국 담석이 생겨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되었고, 문득 드는..

딸아이가 간간이 구내염으로 고생하더니, 고3이 되고는 피로와 수면 부족 탓인지 면역력이 뚝 떨어진 모양입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구내염이 생기고, 그 크기 또한 알보칠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어요. 병원에서 치료받고 약을 먹어도 잠시 나아지는가 싶으면 얼마 못 가 다시 생겨 속상했죠. 그러다 얼마 전 친정아버지께 옥수숫대를 받았네요. 아버지가 예전에 잇몸이 시큰거려 TV에서 본 대로 옥수숫대를 끓여 가글 했더니 너무 좋아서, 셋째 큰아버지께도 드리고 아시는 누님께도 드렸답니다. 누님도 치과 치료 후 다시 시린 증상이 있었는데 옥수숫대 가글 덕분에 괜찮아졌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딸아이의 입안 면역력을 좀 높여줄 요량으로 옥수숫대 가글을 권했지요. 다행히 딸아이도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해..

얼마 전 석사생과 박사생이 함께 실험실 냉장고 시약정리를 하였네요. 그런데 실험실에서 석사생이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가봤더니, 박사 과정생이 엄지 손가락을 다쳐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깨끗한 킴테크 티슈로 압박 지혈을 하고 과산화수소로 조심스럽게 소독을 했습니다. 쓰라림을 참으며 응급처치를 받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일단 상처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예전에 조카가 화상으로 성형외과에서 깔끔하게 봉합 처치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형외과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성형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많아 그런지, 의사 선생님께서 아시는 외과 선생님께 연결해 주시더군요. 시골 쪽이라 병원이 많지 않아 걱정했지만, 외과 전문의라는 말에 믿고 진료를 ..

아빠를 소개해볼게요. 찐 농부 느낌의 아빠는 밭과 논, 그리고 집 밖에 모르시는 분이에요. 한눈을 팔지 않으시죠. 그래서 다른 낙이 없으신 아빠. 그런데 엄마가 6년 전에 돌아가시고 나서는 혼자 그 일을 해내야 했어요. 집에 오면 외로우니까 더 바깥에 있는 시간을 늘리시고, 결국 둘이 할 일을 혼자 감당하시다 보니 몸은 녹초가 되셨죠. 어두운 집의 불을 켜고 들어가는 외로움, 피곤함, 그리고 힘듦이 겹치면서 아빠는 한두 잔 마시던 술을 수시로, 그리고 한 번 마실 때 많이 마시게 되셨어요. 그래서 전화를 드릴 때면 언제나 술에 얼큰하게 취해 계셨지요. 저는 항상 걱정이었어요. 이러다 알코올성 치매라도 오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곤 했죠.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해요. 아빠가 평생 복을 쌓았기에, 사람들에게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