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득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꺼내 보다가 멈칫했어요. 일단은 참 통통했다는 것에 놀랬고, 그다음은 사진 속 제 어깨가 너무나 눈에 띄게 말려 있고 등이 굽어져 있는 모습이 결코 초등학생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때는 몰랐겠지만 지금은 바로 보고 알게 되네요. “아, 내가 어릴 때부터 라운드 숄더를 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엄마가 자꾸 어깨 펴, 허리 펴라고 하셨구나.”
저는 키가 비교적 작은 편인데 2차 성징이 빠르게 시작되었나 봐요. 언제? 초등학교 5학년이었어요. 그래서 애들의 놀림을 피하기 위해서 자꾸 웅크렸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되어버렸나 봐요.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부러워할 텐데 넌 왜 웅크리니. 당당하게 펴고 다녀. 다들 부러워할 거야"라고요. 그랬다면 라운드 숄더라는 나쁜 자세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걸로 인해서 생기는 소소한 아픔들이 없었을 것임을 뒤늦게 깨닫네요. 라운드숄더여도 젊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하나씩 둘씩 나타나더라고요. 그러던 것이 스승님을 만나 헬스를 배우고 하면서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들 치료 때문에 6개월 센터를 안 가고 운동을 안 해서인지 다시 라운드숄더가 나온듯해요. 같이 일하시던 선생님이 아들 치료만 하지 말고 박사님의 자세도 좀 치료하세요.라는 말을 하셔서 순간 바로 캐치했네요. 아. 습관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숨겨져 있었던 것이구나. 잘못된 자세 습관이 내 몸에 깊숙이 존재했던 것이지요.
운동을 시작하고 거울 속 제 몸을 자주 보게 되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세가 무너졌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죠. 특히 라운드 숄더는 자각이 잘 되지 않아서, 남이 보기엔 더 도드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운동하면서 함께 바른 자세를 꾸준히 의식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왜 자세 습관이 건강을 좌우할까?
자세 습관은 단순히 몸매나 외형 문제로 끝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굳어진 자세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에 영향을 줍니다. 아들도 마찬가지예요. 단순 라운드숄더가 아닌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그러다 보니 흉곽이 좁아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불안이나 긴장을 하게 되면 쉽게 과호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요사이 자세 교정 치료를 해서인지 석굴암 가서 찍은 사진에는 라운드 숄더는 보이지 않고 어깨가 쫙 펴진 뭇 청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구부정한 자세가 지속되면 어깨는 안으로 말리고, 등은 둥글어지며 척추 정렬이 무너져요. 그 결과 근육 불균형이 생기고, 허리 통증, 목 통증, 두통, 심한 경우 손 저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단순히 하나의 증상에만 그치지 않아요.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뼈와 관절이 아직 유연하기 때문에 자세 습관 하나가 평생의 체형을 결정할 수 있어요. 게다가 바른 자세는 호흡에도 영향을 주고, 피로감도 줄여주기 때문에 공부나 운동 효율도 높여주는 효과가 있죠. 그래서 그런지 조금 산만했던 아들이 꽤 집중을 오래 하더라고요. 역시 자세가 좋아지니 하나씩 좋은 영향을 가져오나 봐요.
반면 자세가 무너지면 가만히 있어도 피곤하고, 머리가 멍하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도 어수선 그 자체일 듯해요. 이런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의 시작점이 바로 나쁜 자세일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해요.
책상에 앉을 때, 바른 자세 만들기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면 그 자체가 '습관'이 되기 쉽죠. 자세 습관을 바꾸기 위한 가장 좋은 출발점은 책상 앞 자세를 교정하는 거예요. 저도 종종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다보면 삐딱하게 의자에 기대어 있거나 다리를 꼬고 있거나 의자에 깊숙이 콕 박혀있거나 자세가 흐트러져있어요(엉덩이를 깊숙이 넣지 않아서였던 거죠). 그게 지속이 되면 아구 허리야. 아구 다리야를 하게 되고요.
그래서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할 때는, 먼저 의자에 앉을 때는 등과 엉덩이를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허리를 세워 앉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예. 엉덩이는 의자 깊숙이 넣고, 발바닥은 바닥에 평평하게 붙여야 해요. 이때 무릎은 엉덩이보다 약간 낮거나 같은 높이가 이상적입니다.
책상과 의자의 높이는 팔꿈치를 자연스럽게 굽혀 손이 편안하게 책상 위에 올라오는 수준이면 좋아요. 모니터를 사용하는 경우 화면 상단이 눈높이와 일직선이 되도록 조정하고, 노트북 사용자라면 노트북 거치대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30분~1시간에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목이나 어깨를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몸의 긴장이 확연히 감소해요. 작은 습관 하나가 멀리 내다보았을 때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냥 지나쳐서는 안 돼요.
스마트폰과 자세 습관의 무너짐
스마트폰은 정말 편리한 도구지만, 우리를 점점 더 ‘말린 어깨’와 ‘거북목’의 세계로 이끌고 있어요.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화면을 보는 자세는 목에 심한 하중을 가하게 되는데요,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목뼈에 가해지는 무게는 무려 12kg 이상! 하루에 몇 시간씩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오랫동안 머리 무게를 목이 혼자 짊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목디스크 위험도 커지고, 편두통이나 턱관절 이상까지 유발할 수 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을 눈높이로 들어 올려 사용하는 것, 그리고 30분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거나 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거예요. 이건 저도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한데 쉽게 까먹어버려요. 그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쁜 습관이 스멀스멀 나타나게 돼요.
디지털 기기가 일상이 된 지금, 자세 습관을 바로잡는 건 곧 미래의 건강을 지키는 투자라는 걸 꼭 기억해야 해요.
바른 자세를 위한 생활 속 스트레칭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하루 중 자세를 체크하는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이에요. 아침 기상 후 등교나 출근을 한 순간부터 우리는 바쁘게 일하거나 공부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등이 굽고 어깨가 말리는 자세를 취하곤 하죠. 스마트워치나 휴대폰 알람을 이용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로잡는 알림을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물을 먹기 위해 앱 알람을 이용하듯. 스트레칭을 위한 알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긴 학생이나 사무직 근무자라면 이런 습관이 근육 피로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허리 통증과 거북목 증후군까지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어요. 지금 당장은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결과가 없다할지라도, 나중에 몸이 편안해졌을 때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될 거예요.
스트레칭은 특별한 공간이나 도구 없이도 자세 습관을 교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벽에 기대어 서기'입니다. 벽에 등을 대고 뒤통수, 어깨, 엉덩이, 발뒤꿈치를 붙인 상태에서 복부에 가볍게 힘을 주며 1~2분 정도 유지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보기엔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요. 실제 이 자세는 척추의 바른 정렬을 몸에 인식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하네요. 또 고양이 자세, 브릿지 자세, 목 돌리기, 가슴 펴기 스트레칭 등도 좋고, 의자에 앉아 양손을 깍지 껴 머리 위로 쭉 뻗는 동작도 간단하면서 효과적이에요.
무리한 동작보다는 매일 짧게, 꾸준하게! 자세 습관은 반복된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하루 10분, 나를 위한 시간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몸이 먼저 알아채고 스트레칭을 하는 당신에게 감사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