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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치래믈 야기하는 술

  

아빠를 소개해볼게요. 찐 농부 느낌의 아빠는 밭과 논, 그리고 집 밖에 모르시는 분이에요. 한눈을 팔지 않으시죠. 그래서 다른 낙이 없으신 아빠. 그런데 엄마가 6년 전에 돌아가시고 나서는 혼자 그 일을 해내야 했어요. 집에 오면 외로우니까 더 바깥에 있는 시간을 늘리시고, 결국 둘이 할 일을 혼자 감당하시다 보니 몸은 녹초가 되셨죠. 어두운 집의 불을 켜고 들어가는 외로움, 피곤함, 그리고 힘듦이 겹치면서 아빠는 한두 잔 마시던 술을 수시로, 그리고 한 번 마실 때 많이 마시게 되셨어요. 그래서 전화를 드릴 때면 언제나 술에 얼큰하게 취해 계셨지요. 저는 항상 걱정이었어요. 이러다 알코올성 치매라도 오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곤 했죠.

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해요. 아빠가 평생 복을 쌓았기에, 사람들에게 베풀었기에 복을 주신 거라고. 우려했던 치매가 아니라 간암이 먼저 찾아왔어요. 물론 아예 안 걸리는 게 가장 좋았겠지만, 아빠의 술 마시는 정도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 덕분에 암세포는 죽었고, 이후 아빠는 술을 완전히 끊으셨어요. 지금도 대단하다고 항상 칭찬해드리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술을 마신 여파 때문인지, 단순한 노화로 보기엔 어려운 기억력 감퇴가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적인 노화성 치매와 어떻게 다를까? 아빠를 통해 이 주제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 졌어요.

알코올성 치매는 무엇일까?

알코올성 치매는 말 그대로, 오랜 기간 과도한 음주가 뇌에 서서히 손상을 주어 발생하는 인지 기능 장애를 의미합니다. 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성 치매'라는 표현보다는 '알코올 관련 인지장애' 혹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같은 좀 더 세분화된 병명이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해로운 것을 넘어,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장기간 습관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알코올은 뇌세포 자체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저하시키고, 특히 우리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부위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큰 문제지만,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알코올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B1, 즉 '티아민'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점이에요. 이 비타민 B1은 뇌가 정상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해지면 신경세포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점차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알코올과 비타민 B1 결핍의 악영향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단순히 예전보다 기억력이 좀 나빠지는 수준을 넘어서 복합적인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는 방향 감각 상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러한 변화들은 단기간에 갑자기 벼락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아버님처럼 미묘한 변화를 먼저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혹시 주변에 비슷한 변화를 보이는 분이 있다면 따뜻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지요.

노화로 인한 치매와 어떻게 다를까?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흔히 하죠. 노년기에 기억력이 감퇴되면 많은 분들이 "아, 이제 나이 들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인지 능력 저하는 흔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일반적인 치매와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답니다. 이런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발병 시기'입니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화성 치매는 주로 70대 이후 고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비교적 이른 연령대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오랜 기간 동안 습관적으로 과도한 음주를 해왔다면, 심지어 50대나 60대에도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고, 술을 마신 기간과 양에 비례하여 더욱 빠르게 발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노화성 치매가 대부분 아주 서서히, 미세한 변화부터 시작되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알코올성 치매는 비타민 B1의 급격한 결핍이나 뇌 손상이 심해지는 경우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나 인지 기능 악화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도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하고 희망적인 차이는 바로 '회복 가능성'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병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거나 손상된 뇌 기능을 완벽하게 되돌리는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다릅니다. 만약 비교적 초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무엇보다 술을 완전히 끊으며 부족했던 영양소, 특히 비타민 B1을 적극적으로 보충해 준다면 손상되었던 뇌 기능의 일정 부분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아버님처럼 큰 결심으로 술을 완전히 끊으신 분이라면, 그동안 알코올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던 뇌의 부분들이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이 서서히 제 기능을 찾아갈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물론 이미 손상된 뇌세포 자체가 기적처럼 완전히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남아있는 건강한 주변 뇌세포들이 손상된 기능을 보완하고 재활 훈련을 통해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나아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답니다.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조용한 신호들’

알코올성 치매는 대개 '나는 치매에 걸렸다'는 명확한 신호로 시작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조용한 신호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처럼 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어제 이야기했던 내용을 전혀 기억 못 하시네?", "중요한 약속을 깜빡 잊어버리셨네?" 하는 식으로 시작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기억력 저하의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단순히 잊는 것을 넘어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거나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함께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이때는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누적될수록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질 수 있어요.

특히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에는 단순히 기억력 문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온순하시던 분이 갑자기 감정 기복이 커지거나 쉽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작은 외부 자극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무관심해지는 등의 행동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요. 아버님처럼 이전에 장기간 과음하셨던 이력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기억력 감퇴나 행동 변화들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노화 현상이라기보다는, 알코올로 인한 뇌 기능 변화의 중요한 신호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분의 변화가 혹시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냥 피곤해서 그러려니', '나이 탓이겠지'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러한 기억력 감퇴나 평소와 다른 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 치료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무엇보다 술을 끊는 것을 통해 일정 부분 인지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된 아버님이나 가족 구성원을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이해와 지지, 그리고 공감의 자세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술을 줄이거나 완전히 끊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지만, 변화된 기억력 때문에 스스로도 답답함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당사자에게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은 그 어떤 치료제보다 큰 힘이 된답니다. 가족의 관심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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