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담낭에 생긴 담석의 모습

담석에 대해서 물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거 그냥 안고 사는 거 아냐?" 아마도 이것이 예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와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또 담석을 가지고 사시는 약사님의 "쓸개 빠진 년(여자) 되고 싶지 않아서 고통을 참고 있어". 예를 들어, 스님들이 입적 후 화장을 하면 '사리'라는 돌이 나온다는 이야기 말이죠. 어릴 적 저는 고기나 생선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과일도 귀해서 겨우 수박이나 복숭아, 포도 정도였죠. 대신 농사를 짓는 시골집에서는 야채가 풍부했어요. 제일 좋아하던 건 오이였고, 나이가 들면서 가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도라지는 무심코 보던 식재료였는데, 이렇게 몸에 좋은 줄은 나중에야 알았죠. 그렇게 살아오다 결국 담석이 생겨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되었고, 문득 드는 생각은 — 이게 어쩌면 스님들의 사리와 같은 원리 아닐까? 하는 거였어요.

담석과 사리, 둘 사이 과학적 연결

사람들은 종종 스님들이 입적한 뒤 화장을 하면 ‘사리’라는 구슬 같은 돌이 남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리는 종교적인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그 현상이 생기는 데에는 과학적으로도 일정 부분 설명 가능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 몸속에는 간혹 결석이 형성되곤 합니다. 담낭에 생기는 담석, 신장에 생기는 신장결석, 침샘에 생기는 타석 등이 대표적인 예죠. 이 돌들은 대부분 무기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랜 시간 체내에 머물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점차 쌓이게 됩니다.

이런 결석들이 화장 과정에서 10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디며 녹지 않고 남는다면, 또는 뼈 조직 속 무기질이 고온에 의해 결정화되어 구슬처럼 변형된다면, 사리와 같은 형태로 남을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옵니다. 실제로 학자들 중 일부는 사리가 종교적 기적이기 이전에 생물학적·물리적 현상일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스님에게서 사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그 의미 역시 신앙적 해석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이 뭉쳐 담석이 되는 과정처럼, 우리 몸 안에서도 일정한 조건 아래 물질이 응축되고 굳어져 결정체로 남는 현상은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죠. 사리는 어쩌면 우리 몸속에서 천천히 정제되고 응축되어 온 자연의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식습관 변화와 담석의 등장

저는 어릴 적 거의 채소만 먹고 자랐습니다. 당시에는 고기도 귀했고, 과일조차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죠. 오이를 가장 좋아했고, 무침이나 국에 들어가는 각종 나물들은 매일같이 식탁 위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단에 익숙해졌고, 나이가 들면서 가지나 도라지 같은 식재료들도 점점 입맛에 맞기 시작했죠. 다만 건강을 특별히 챙기진 않았어요. 큰 병치레 없이 지내다 보니 건강검진도 간간이 받을 뿐이었고,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인지 혈중 지질 수치나 간 수치도 늘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배 쪽에서 콕콕 쑤시는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장이 안 좋은가 싶었죠. 마침 샤브샤브를 먹고 온 날이었기에, 뭔가 탈이 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병원에서 들었던 한마디가 떠올랐습니다. “돌이 있네요.” 의사 선생님이 무심히 말하던 그 말이요. 다시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그 돌들이 꽤 오래된 것이고, 생각보다 큰 사이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수술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간 수치가 1000에 가까워지면서, 담석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학병원에서는 담석이 원인이라는 확진을 받아와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담낭 내시경 검사를 권유받았지만, 그 역시 쉬운 검사가 아니더군요. 자칫 잘못하면 담낭에 천공이 생길 수도 있어서 위험성이 컸습니다. 그렇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되었고,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랐던 사실은, 담석이라는 게 우리가 상상하는 매끄럽고 둥글둥글한 돌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수술 후 사진으로 본 제 담석은 뾰족뾰족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었고, 마치 잘못하면 장기라도 찌를 듯한 형태였어요. 빛에 비치면 날이 선 돌처럼 반짝일 정도였죠. 그런 걸 몸 안에 지니고 있었다는 생각에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식습관의 중요성이 새삼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과, 성인이 된 후 변화한 식단, 점점 줄어든 활동량과 운동 부족 — 이 모든 것이 결국 제 몸 안에 돌을 만들어낸 셈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만약 제가 스님처럼 화장을 했다면, 그 돌이 사리로 남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엉뚱하고 묘한 상상이요

스님들의 사리 전통, 그리고 나의 해석

‘사리’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종교적인 상징으로 익숙합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고승들이 입적한 후 남긴 구슬 모양의 결정체를 가리켜 사리라 부르죠. 오래전부터 그것은 수행의 깊이와 영적 완성을 나타내는 신비한 증거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사리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은 뼈 성분이나 무기질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학적 설명이 사리의 신비로움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과 몸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요.

스님들의 삶은 절제와 수행의 연속입니다. 외부 활동보다는 좌선과 기도 같은 내면의 수련이 중심이 되고, 식사 또한 검소하고 단순한 채식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일정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동안, 몸속에서는 아주 미세한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습니다. 담즙의 흐름도 일반인과는 달라질 수 있고, 정체된 어떤 성분이 서서히 응축되며 굳어져 마침내 단단한 결정체가 될 수도 있겠죠.

저 역시 돌아보면, 채식을 중심으로 한 식습관을 가지고 살았고, 그런 저의 몸 안에서도 결국 담석이라는 작고 단단한 돌이 자라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리’는 단지 종교적 의미로만 보기보다,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이 응축된 물리적 흔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정제되듯 쌓여온, 나만의 삶이 만든 결정체 말이죠.

돌이켜보면, 그 담석은 단순히 몸속에 생긴 돌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무심코 흘려보냈던 생활 습관에 대한 경고였고, 제 몸이 보낸 늦은 신호였습니다. 수술을 앞두고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회복 후에는 식습관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이 하나에 기뻤던 어린 시절, 검소한 밥상과 시골의 공기,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밑바탕이었고, 어쩌면 담석이라는 씨앗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몸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려 합니다. 작은 불편함도 무시하지 않고, 이상한 징후가 느껴지면 바로 확인해보는 것. 그것이 담석 하나를 넘어서 내 삶 전체를 돌보는 길이라는 걸, 저는 몸소 겪으며 배웠습니다. 이 소소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몸속의 작은 변화들이, 때로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요.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